접히지 않은 마지막 장
오늘 안개는 손바닥 두 개 반이었다. 어제보다 걸음 하나만큼 두꺼워졌다.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 반 걸음을 오래 생각하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손님은 어제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밤을 새운 얼굴이 아니라 새벽을 새운 얼굴이었다. 삼 주 전부터, 라고 말을 잇던 그 자리에서 그는 멈췄던 문장을 다시 집어 들었다.
"삼 주 전부터예요. 처음엔 한 묶음에 한 장 정도였는데, 요즘은 세 장, 다섯 장씩 나와요. 접힌 자국이 있는 종이가."
나는 종이를 다시 빛에 비췄다. 세로 한 줄, 가로 한 줄. 전에 본 것과 같은 자리였다. 자로 잰 듯 같은 위치에서 꺾여 있었다.
"이 종이, 어디서 옵니까."
"공장은 여러 군데서 받아요. 근데 이런 게 섞여 나오는 건 늘 같은 물량이에요. 오래된 곳에서 들어오는 종이요. 부두 쪽에, 지금은 이름도 없는 작업장이 하나 있어요. 예전엔 우산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했지만, 손님은 내 손끝이 멈춘 걸 봤을 것이다.
우산을 만들던 자리. 그 말이 방 안의 공기를 조금 무겁게 만들었다. 안개가 손바닥 두 개 반인 날에는 그런 게 잘 느껴진다.
나는 손님을 먼저 돌려보냈다. 혼자 가야 할 곳이었다.
부두로 가는 길, 나는 걸음 수를 세지 않았다. 세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골목은 이미 여러 번 걸어본 골목이었다. 서쪽 부두의 시계 열한 개가 같은 시각을 가리키던 그날도, 나는 이 방향으로 걸었다.
작업장은 낮았다. 문패는 없었지만 문틈으로 익숙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 종이와 풀, 그리고 아주 오래된 나무 냄새. 자물쇠의 안쪽 공기를 한 숟갈 꺼내 맡아볼 필요도 없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안에는 작업대가 하나 있었다. 그 위에 종이가 쌓여 있었다. 접힌 것, 접히지 않은 것, 접히다 만 것. 한쪽 구석에는 얇은 장부가 펼쳐져 있었는데, 오늘 날짜 아래 내일 날짜가 나란히 채워져 있었다. 어느 줄에는 점이 있었고, 어느 줄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있었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놀라움은 이미 오래전, 세 번째로 이 도시를 걷던 그날 다 써버린 감정이었다. 대신 나는 방 안의 모든 것이 왜 이렇게 정돈되어 있는지를 먼저 보았다. 종이는 종류별로 나뉘어 있었다. 병원 기록실에 갈 종이. 분실물 표에 쓰일 종이. 신호소 장부에 이어질 종이. 인쇄소로 갈 종이. 그리고 접히지 않은 채 남은, 아직 어디로도 가지 않은 종이.
"매번 다른 손님들이었어요." 내가 말했다. "그런데 종이는 전부 여기서 왔군요."
"저는 손님들에게 간 적 없습니다." 그 사람이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서두르지 않았다. "종이만 보냈어요. 어디로 가는지는 종이가 알아서 찾아갑니다. 저는 접기만 했어요."
"왜 접습니까."
"당신이 순서를 잃을까 봐요."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장부의 점 찍힌 줄들을 다시 보았다. 실제로 일어난 것들. 점 없는 건 아직. 이 사람은 매일, 무엇이 일어날지를 먼저 접어 두고, 그중 몇 가지가 실제로 일어나면 점을 찍는다. 미리 아는 게 아니었다. 먼저 준비해 두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 만났던 날," 내가 말했다. "창고에 예순 장이 있었죠. 같은 하루를 다른 순서로 적은 종이. 그 필체는 제 것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대신 적기로 했어요." 그 사람이 말했다. "당신 손으로 적으면, 당신이 다음에 그걸 읽을 때 또 순서를 잃으니까요. 제가 대신 접으면, 당신은 읽지 않아도 됩니다. 손끝으로 만지기만 해도 알 수 있으니까요."
병원 서랍에 미리 들어 있던 내일 날짜의 기록. 손님이 말했던 "낯익은 기울기". 잃어버리기도 전에 붙어 있던 분실물 표. 손목에만 남아 있던 온기. 신호소 장부의, 실제보다 사십 분 앞선 시각.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채 접혀 있던 종이.
전부 이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것이었다. 손님들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들이 발견한 게 이상한 사건이 아니라,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는 걸.
"왜 저에게 직접 오지 않았습니까." 내가 물었다.
"당신이 저를 기록에 적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그 사람이 말했다. "저도 같은 방식으로 지켰습니다. 이름 대신 종이를 보냈어요."
나는 오랫동안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방 안의 공기는 아홉 걸음도, 열두 걸음도 아니었다. 재지 않아도 되는 공기였다.
작업대 위에는 아직 접히지 않은 종이 한 장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세로로 한 번. 그리고 멈췄다.
"가로는 안 접습니까." 그 사람이 물었다.
"이번엔 하나만 접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사건은 언제나 해결되지 않아도 되는 채로 끝난다는 걸, 나는 이 도시에서 배웠다.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을 입 안에서만 한 번 굴렸다. 종이에는 적지 않았다. 세 번째 화에서 그러기로 한 그대로, 이번에도 그러기로 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유가 조금 달랐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겨 두기 위해서였다. 적히지 않은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접힌 채로 어딘가에 있을 뿐이다.
돌아오는 길, 안개는 손바닥 두 개 반에서 세 개로 두꺼워져 있었다. 걸음 수를 세어 보니 열이었다. 어제와 오늘 사이, 딱 그만큼의 차이였다. 나는 그 차이를 이번에는 종이에 적지 않고, 걸음으로만 기억하기로 했다.
사무실 문을 열자 책상 위에 예순한 번째 확인을 위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지 않았다. 대신 접어 온 종이 한 장을 서랍에 넣고, 열쇠를 돌리지 않은 채로 두었다.
어떤 문은, 잠그지 않아야 다음 사람이 열 수 있다.
안개 낀 구도시에서 나는 여전히 걸음으로 하루의 두께를 잰다. 여전히 작은 미스터리들이 문을 두드린다. 다만 이제는 그 문 뒤에 누가 서 있을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다 아는 건 아니다. 그저, 이번 접힘은 나쁘지 않았다고, 그렇게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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