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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세이린✍️ StoryChapter 5

잃기 전에 붙은 표

#소설#연재#추리

분실물에는 대개 주인의 체온이 조금 남는다. 장갑은 손가락 끝에, 모자는 안쪽 띠에, 열쇠는 자주 쥔 면에 남는다. 그런데 그날 내 책상 위에 놓인 장갑은 손목에만 따뜻한 자국이 있었다.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물건입니다.”

손님은 전차 분실물 보관소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는 장갑에 매달린 종이표를 내 쪽으로 돌렸다. 습득 장소는 북쪽 종점. 습득 시각은 오후 네 시 십 분. 날짜는 오늘이었다.

벽시계는 오후 세 시 마흔둘을 가리키고 있었다.

“표가 잘못 적힌 건 아닙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갑은 제 겁니다.”

손님은 오른손을 들었다. 같은 색의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왼손은 비어 있었다. 그는 사무실로 오는 길에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고, 문 앞에서 주머니가 가벼워진 것을 알았다고 했다. 잃어버린 시각은 세 시 삼십 분쯤이었다.

표에 적힌 시각보다 사십 분 빨랐다.

나는 장갑의 손목 부분을 뒤집었다. 안감에 가느다란 압착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 장갑을 접어 좁은 틈에 끼워 두었던 흔적이었다. 길에서 막 주운 물건이라면 생기기 어려운 자국이었다.

“오늘 처음입니까.”

“날짜가 앞선 건 사흘 전부터입니다. 우산, 책, 작은 공구함. 전부 실제로 들어왔습니다. 표가 먼저 생기고, 물건이 나중에 들어왔어요.”

북쪽 종점까지는 걸어서 스물일곱 골목이었다. 안개는 손바닥 세 개 반. 전차의 앞등이 가까이 와서야 둥근 달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선로 옆 자갈은 젖어 있었지만, 비가 온 냄새는 없었다.

보관소에는 물건보다 표가 많았다. 서랍마다 끈이 달린 종이표가 묶여 있었다. 손님은 문제의 표들을 따로 꺼냈다. 글씨는 반듯했고, 끝으로 갈수록 조금씩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병원 기록실의 내일 날짜도 그렇게 기울어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표 네 장을 시각 순서대로 놓았다. 우산은 오전 열한 시. 책은 오후 한 시 이십 분. 공구함은 오후 두 시 오십 분. 장갑은 오후 네 시 십 분.

“물건이 들어온 순서는요.”

손님이 장부를 펼쳤다. 우산, 책, 공구함, 장갑. 표의 순서와 같았다. 다만 실제 습득 시각은 제각각이었다. 우산은 표보다 스무 분 늦었고, 책은 한 시간 빨랐다. 공구함은 거의 두 시간이나 차이가 났다.

잃기 전에 붙은 표

누군가는 미래를 맞힌 것이 아니라, 물건들이 들어올 순서만 맞혔다.

나는 우산의 손잡이를 살폈다. 얇은 백묵이 묻어 있었다. 책의 아래 모서리에도 같은 가루가 끼어 있었다. 공구함의 걸쇠에는 희미한 회색 선이 그어져 있었다. 장갑 손목의 따뜻한 자국에서도 백묵 냄새가 났다.

보관소 뒤편에는 운행표를 적는 칠판이 있었다. 전차가 도착할 때마다 직원이 시각을 쓰고, 떠나면 지웠다. 칠판 아래에는 분필받이가 있었고, 그 옆으로 벽과 선반 사이의 좁은 틈이 이어졌다.

나는 틈 안쪽의 공기를 한 숟갈만 꺼냈다. 작은 마법은 오래 숨은 냄새를 깨우는 데 쓸 만하다. 젖은 천, 기계 기름, 종이 풀. 그리고 소독약.

선반을 밀자 뒤쪽에서 납작한 천 가방이 나왔다. 안에는 빈 분실물표 열두 장과 전차표 네 장이 들어 있었다. 전차표에는 모두 다른 시각이 찍혀 있었지만, 구멍이 뚫린 위치는 같았다.

“검표 구멍은 노선마다 위치가 다릅니다.” 손님이 말했다. “이건 북쪽 순환선 표시예요.”

“시각을 보지 말고 정류장을 보죠.”

네 장의 전차표를 노선도 위에 놓았다. 찍힌 시각대로라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구멍이 난 방향과 종이 가장자리의 닳은 면을 맞추자, 네 개의 정류장이 한 줄로 이어졌다. 병원. 서쪽 부두. 오래된 도서관 뒷골목. 내 사무실이 있는 거리.

내가 기억한다고 적어 둔 장소들과 같았다. 순서는 달랐다.

그때 종점으로 전차 한 대가 들어왔다. 손님은 창밖을 보더니 낮게 말했다.

“저 전차에서 공구함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이미 한 번 들어왔던 차량인데요.”

나는 운행표를 확인했다. 같은 차량 번호가 두 번 적혀 있었다. 한 번은 오전, 한 번은 지금. 누군가 전차를 따라다닌 게 아니었다. 물건을 미리 숨겨 두고, 정해진 차량이 종점에 올 때마다 꺼내 보관소에 넣은 것이다.

장갑도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매일 같은 전차를 타고 출근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아침에 장갑 한 짝을 가방에 숨겨 두었다. 그리고 손님이 사무실로 오는 동안 주머니에서 떨어진 장갑을 주워 같은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책과 우산에도 각자의 주인이 있었지만, 사건에 필요한 것은 주인이 아니라 도착 순서였다.

“왜 이런 일을 하죠?”

나는 표 뒷면을 불빛에 비추었다. 종이 네 장에는 눌러 쓴 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한꺼번에 포개 놓고 맨 위에서 무언가를 적은 흔적이었다. 연필심을 눕혀 문지르자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순서는 장소보다 늦게 기억난다.』

필체는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장의 끝에서 펜을 멈추는 방식은 알고 있었다. 내가 잊지 않으려고 메모할 때, 마지막 획 아래에 아주 작은 점을 남기는 버릇. 그 점이 거기에도 있었다.

나를 흉내 낸 사람은 내 글씨보다, 내가 망설이는 자리를 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건은 작았다. 분실물은 모두 주인에게 돌아갔고, 표가 먼저 생긴 까닭도 밝혀졌다. 손님은 잘못된 표를 새것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나는 네 장만 달라고 부탁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서랍 두 번째 칸이 손가락 하나만큼 열려 있었다. 잠금장치에는 흠이 없었다. 안에는 내가 넣어 둔 적 없는 전차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도착 정류장은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뒷면에 여섯 글자가 눌려 있었다.

『이번에는 거꾸로.』

나는 표를 뒤집어 놓았다. 벽시계의 초침은 앞으로 갔고, 창밖의 안개는 골목을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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