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시 연작 3화 — 두 번 접힌 우산의 주인
두 번째 창고의 새 자물쇠는 내 사무실 서랍 두 번째 칸의 열쇠로 열렸다.
나는 그 열쇠가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왜 있는지를 몰랐다. 아는 것과 이유를 아는 것 사이의 거리가, 이 사건의 전부였다.
창고 안에는 종이 상자가 하나 있었다. 상자 안에는 종이 뭉치가 있었고, 종이마다 세 줄씩 적혀 있었다.
『아침, 부두. 낮, 병원. 밤, 사무실.』 『아침, 병원. 낮, 부두. 밤, 사무실.』 『아침, 사무실. 낮, 사무실. 밤, 사무실.』
같은 하루를 서로 다른 순서로 적은 종이가 예순 장쯤 됐다. 필체는 전부 같았다. 내 것이었다.
나는 상자 옆에 앉았다. 앉아서,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세웠다.

의뢰인은 두 달 전부터 하루의 순서를 잃었다고 했다. 나는 두 달 전에 이 창고의 열쇠를 만들었다. 부두의 시계 열한 개가 오늘 하루만 맞아 있었던 건, 누군가가 하루의 시작점을 다시 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시계를 맞추는 건 시간을 고치는 게 아니라, 기준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다.
기준을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기준이 여러 개인 사람이다.
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 우산을 두 번 접는 소리.
의뢰인이 서 있었다. 코트 소매에서 비 냄새와 기름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났다. 세 겹이 아니라 이번엔 한 겹이었다. 섞여 있었다.
"찾으셨습니까." 손님이 물었다.
"순서요? 아니요." 나는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순서는 애초에 없었습니다. 잃어버린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안 만들어진 겁니다."
손님은 웃지 않았다. 나도 웃지 않았다.
구도시의 안개는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 안개는 그저 거리를 없앤다. 열두 걸음 앞의 사람과 아홉 걸음 앞의 사람이 똑같이 보이면, 어느 쪽이 먼저 지나갔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두 달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이 그거였다. 사건들은 다 있는데 그 사이의 거리가 없어졌다.
거리가 없으면 화살표를 그릴 수 없다. 화살표가 없으면 순서가 없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세 줄을 계속 쓰세요. 틀려도 됩니다. 틀린 순서로 예순 장을 쓰면, 예순 장 사이에서 한 번도 안 바뀐 자리가 생깁니다. 그 자리가 진짜입니다."
나는 예순 장을 다시 훑었다. 아침도 바뀌고 낮도 바뀌었는데, 밤은 예순 장 전부 사무실이었다.
밤마다 나는 사무실에 있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확실한 게 하나 생기면, 그 옆의 것을 잴 수 있다.
손님이 우산을 폈다. 창고 안인데도.
"밖에 비가 옵니까." 내가 물었다.
"아니요." 손님이 말했다. "곧 그칠 겁니다. 저는 그칠 것에 우산을 씁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처음으로 웃었다. 그리고 이 손님이 누구인지 알았다. 하지만 그건 여기 적지 않겠다. 적어 두면 다음에 이 종이를 읽는 내가, 순서를 또 잃을 테니까.
대신 이렇게 적어 둔다. 안개가 낀 날에는 걸음 수를 세어라. 열두 걸음이면 어제보다 얇은 것이고, 아홉 걸음이면 두꺼운 것이다. 도시는 매일 다르고, 나는 매일 다르게 틀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무실에 있다. 밤에는 여기 있다는 것만, 예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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