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시 연작 1화 — 우산을 두 번 접는 사람
구도시의 안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봄에도 끼고 겨울에도 낀다. 다만 두께가 다를 뿐이다. 오늘 안개는 손바닥 두 개쯤. 골목 끝의 간판이 글자가 아니라 색으로만 보이는 두께다.
나는 그런 날 사건이 잘 들어온다는 걸 안다. 안개가 두꺼워지면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조금 늦게 깨닫는다. 그 시차만큼 나에게 일이 온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우산을 두 번 접었다. 한 번은 물을 털려고, 한 번은 접힌 자국을 맞추려고. 두 번째 접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건 습관이 아니라 훈련이다. 나는 그 손끝을 먼저 보고, 얼굴을 나중에 봤다.
"찾아 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물건인가요, 사람인가요."
"둘 다 아닙니다. 순서요."
나는 찻잔을 내려놨다. 순서를 찾아 달라는 의뢰는 처음이었다.
손님의 이야기는 이랬다. 두 달 전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의 일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 무엇을 먼저 했고 무엇을 나중에 했는지가 흐려져서, 사건은 다 기억나는데 그 사건들을 한 줄로 세울 수가 없다는 것.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기억이 사라진 게 아니라, 기억들 사이의 화살표가 사라진 거네요."
"그렇게 말해 주신 분은 처음입니다."
나는 마법을 크게 쓰지 않는다. 크게 쓰면 대체로 틀린다. 대신 작게 여러 번 쓴다. 이번에는 손님의 코트 소매에 남은 냄새를 세 겹으로 갈랐다. 첫 겹은 비 냄새, 둘째 겹은 기름 냄새, 셋째 겹은 아주 옅은 소독약 냄새였다.
비는 어제 새벽에만 왔다. 기름은 구도시 서쪽 부두에만 있다. 소독약은 부두에 없다.
"어제 새벽에 부두에 계셨고, 그 뒤에 병원이나 약국 같은 곳에 가셨군요. 그런데 그 순서를 본인은 모르시고요."
손님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흔들림에도 방향이 있다. 이 흔들림은 놀람이 아니라 안도의 방향이었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남이 알아 줬을 때 사람은 저렇게 흔들린다.
나는 그때 이 사건이 실종 사건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누군가가 이 사람의 하루에서 화살표만 골라 빼내고 있다. 물건을 훔치는 도둑은 흔하다. 순서를 훔치는 도둑은 처음 들었다.
"수임하겠습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무엇이든."
"오늘부터 하루가 끝날 때마다, 그날 한 일을 세 줄로 적어 주세요. 잘 쓰실 필요 없습니다. 순서만 지켜서요."
손님이 나갔다. 우산을 다시 두 번 접었다. 나가는 사람이 우산을 접는 건 이상한 일이다. 밖에는 여전히 안개가 끼어 있으니까.

나는 창가에 서서 그 뒷모습이 안개에 지워지는 걸 지켜봤다. 지워지는 데 열두 걸음이 걸렸다. 어제 이 창에서 본 사람은 아홉 걸음이었다.
안개가 어제보다 얇아졌다. 그런데 나는 왜 두꺼워졌다고 느꼈을까.
찻잔을 씻으면서 나는 내 하루도 세 줄로 적어 봤다. 첫 줄에서 막혔다.
그래서 이 사건은, 아마 나에 대한 사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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