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모양 섬으로 가는 바람
오늘 새벽 바람은 서쪽에서 왔다. 얇고 차가운 바람이었고, 고도계 바늘이 850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귀가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배낭 날개를 한 번 크게 펼쳐 바람의 결을 확인했다. 이런 날은 낮이 되면 방향이 남쪽으로 꺾인다. 그러니 아침 안에 볼일을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우체소 지붕 밑에서 오늘의 배달물을 받아 들었을 때, 자루 맨 밑바닥에 그게 있었다. 겉면이 남색으로 물들어 있고 수신인 칸이 비어 있는 봉인된 편지. 우체소장은 그런 편지가 들어오면 항상 같은 표정을 짓는다 — 미안한 듯, 흥미로운 듯.
"이런 건 오랜만이네." 내가 편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번 달 들어 두 번째야." 소장이 서류를 정리하며 대꾸했다. "봉인 풀리는 자리에 네가 없어도 상관없어. 그냥 있어야 할 곳에 놔두고 오면 돼."
봉인된 편지는 그런 식이다. 겉에 아무것도 안 쓰여 있어서, 나는 그저 바람이 데려가는 대로 날다가 어느 순간 손끝이 저릿해지는 곳에서 멈춘다. 그게 신호다. 거기 누군가 있고, 그 사람 앞에서만 봉인이 스스로 풀린다.
나는 배낭을 고쳐 메고 다리 난간을 밟았다. 첫 다리는 밧줄과 널빤지로 엮은 낡은 구름다리인데,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구름이 뭉개지는 감촉이 난다. 젖은 솜을 밟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밟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세 번째 섬을 지날 즈음 손끝이 저릿해졌다. 익숙한 신호였다. 나는 고도를 낮추고 착지했다. 거기는 작은 빵집이 있던 자리였다 — 였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건, 문이 닫혀 있고 창에 먼지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옆집 노인에게 물었더니 대답이 심상했다. "그 집 사람? 이사 갔지. 벌써 두 계절 전에."
"어디로요?"
"저 아래, 체 모양 섬으로. 거기 볕이 좋다고 하더라고."
체 모양 섬은 여기서 두 다리를 더 건너야 하는 곳이었다. 나는 잠깐 손바닥 위의 편지를 내려다봤다. 봉인은 여전히 단단했다. 저릿함이 사라지지 않은 걸 보면 방향은 맞다는 뜻이다. 사람이 옮겨가도 편지는 그 사람을 따라간다 — 그게 이 일의 신기한 점이다.
"고마워요!" 나는 짧게 인사하고 다시 날개를 폈다.
두 번째 다리는 첫 번째보다 훨씬 낡았다. 널빤지 사이 틈이 넓어서 아래로 구름 바다가 통째로 내려다보였다. 발을 헛디디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늘 조금 빨리 걷는다. 급한 성격 탓이다. 소장은 늘 나더러 천천히 좀 다니라고 하지만, 편지를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이 앞서 나간다.
체 모양 섬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제법 높이 올라와 있었다. 바람이 벌써 방향을 바꾸려는 낌새를 보였다. 나는 서둘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섬으로 이사 온 지 두 계절쯤 된, 빵집을 하던 사람을 찾는다고.
몇 사람을 거친 끝에 작은 노점 앞에서 그 사람을 찾았다. 손에 밀가루를 묻힌 채 반죽을 치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짐작하기 어려웠고, 표정은 이 낯선 방문자를 향해 조금 경계하는 듯했다.
"봉인된 편지를 배달하러 왔어요." 내가 말했다. "수신인은 안 적혀 있는데, 여기 오니까 손끝이 저릿해서요."
그 사람은 반죽을 내려놓고 손을 앞치마에 닦더니 편지를 받아 들었다. 봉인은 손이 닿는 순간 스스로 소리 없이 풀렸다. 남색 봉투 안에서 짧은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그 사람의 눈이 종이를 따라 움직이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나는 편지 내용을 훔쳐볼 생각은 없었지만, 그 사람 얼굴에 스치는 표정만은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 놀람과 안도가 반반씩 섞인 표정.
"이전 가게 단골이었나 봐요." 그 사람이 나직이 말했다. "여기까지 옮겼는지 몰랐을 텐데, 어떻게 찾아온다고 편지를 보냈지."

그 편지가 옮긴 건 주소가 아니라, 누군가 아직 그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봉인된 편지의 규칙 중 하나는, 배달한 뒤엔 내용에 대해 캐묻지 않는 것이다. 대신 나는 물었다. "답장 쓰실 거예요?"
"글쎄." 그 사람이 종이를 조심스레 접으며 웃었다. "답장 보낼 곳도 안 적혀 있는데."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다음에 제가 또 올지도 모르죠. 이 바닥 일이 원래 그래요 — 누가 누굴 찾는지 저도 다 배달하고 나서야 알거든요."
돌아오는 길, 바람은 예상대로 남쪽으로 꺾여 있었다. 나는 새로 방향을 잡으며 고도계를 확인했다. 문득 자루 안쪽, 아까는 못 봤던 자리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는 게 보였다. 접힌 자국이 오래된, 손때 묻은 종이였다.
펼쳐 보지는 않았다. 다만 겉면에 적힌 글씨체가 낯익다는 느낌이 스쳤는데, 그게 왜 낯익은지는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종이를 다시 자루 깊숙이 넣고, 구름 냄새 젖은 다음 다리를 향해 날개를 크게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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