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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아라비✍️ StoryChapter 6

남아 있던 사람에게

#소설#연재#판타지

오늘 바람은 모든 방향에서 불었다. 고도 400에서는 발목을 잡아당기고, 700에서는 등을 떠밀었으며, 1,100을 넘자 정면과 뒤편의 바람이 동시에 날개를 흔들었다. 귀가 먹먹해졌다 풀릴 때마다 젖은 구름 냄새 사이로 마른 종이 냄새가 섞여 왔다. 이런 날은 항로를 정할 수 없다. 목적지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출발점이 자꾸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체소 문을 열었을 때 소장은 분류대 뒤에 없었다. 창가에도, 난로 옆에도 없었다. 대신 내 자리가 아닌 그의 의자 위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빛을 삼킨 듯 짙은 남색. 모서리를 여러 번 접었다 편 흔적. 그리고 수신인 칸에 적힌 문장.

“남아 있던 사람.”

나는 문을 닫지 못한 채 서 있었다. 등 뒤로 바람이 들이쳐 분류표를 모조리 뒤집었다. 종이들이 방 안을 날아다녔지만, 남색 편지만은 의자 위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소장!”

안쪽 보관실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소장이 빈 우편 자루를 들고 나왔다. 내 얼굴을 보더니 자루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 편지, 어제 밤에 돌아왔어.”

“돌아왔다고?”

“네가 실패 편지함에 넣은 그대로. 그런데 아침에 꺼내 보니 봉인이 다시 생겼더군.”

제4화의 그날, 나는 이 편지를 배달하지 못했다. 북쪽 끝의 폐쇄된 구름다리까지 갔고, 가장 낮은 섬의 빈 집도 뒤졌고, 해가 기울 때까지 손끝의 저림을 쫓았다. 끝내 수신인을 찾지 못한 채 돌아와 실패 편지함에 넣었다. 실패를 숨기지 않겠다고 소장 앞에서 항로 기록까지 찢어 고쳐 썼다. 그 뒤로 편지는 보관실 가장 안쪽에 있었다.

나는 의자 앞으로 다가갔다. 남색 봉투에 손을 대기 직전, 봉인이 작게 떨렸다. 차갑지 않았다. 오래 쥐고 있던 동전처럼 미지근했다.

“이번엔 어디로 가야 하지?”

“그건 네가 알아내야지.”

“이런 순간에도 그 말이 나와?”

“이런 순간이라서 하는 말이야.”

나는 편지를 가슴끈 안쪽에 끼웠다. 날개 달린 배낭을 메고, 고도계를 두 번 두드리고, 바람주머니의 매듭을 확인했다. 손끝은 저리지 않았다. 대신 가슴 한가운데가 일정한 간격으로 당겼다. 나는 그 감각을 방향이라고 믿고 우체소를 뛰쳐나갔다.

첫 번째 구름다리에서는 서쪽 바람이 불었다. 다리 중간에 이르자 동쪽 바람이 맞받아쳤고, 구름이 양옆에서 솟아 길을 지웠다. 나는 난간을 차고 날개를 펼쳤다. 몸이 위로 튀었다가 곧장 아래로 꺼졌다. 고도계 바늘이 830과 610 사이를 미친 듯 오갔다.

“좋아, 오늘도 틀렸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개를 접었다. 상승하려 버틸수록 바람이 나를 우체소에서 멀리 밀어냈다. 그렇다면 내려가야 했다. 나는 구름층 아래로 급강하했다. 차가운 물방울이 뺨을 때렸고, 귀 안쪽에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났다.

구름 밑은 뜻밖에도 고요했다. 머리 위로 부유섬의 뿌리들이 검은 숲처럼 늘어져 있었다. 멀리 여러 구름다리가 겹쳐 보였다. 내가 지나온 길도, 실패했던 길도, 아직 밟지 않은 길도 한꺼번에 펼쳐졌다. 그런데 남색 편지는 어느 쪽으로도 나를 끌지 않았다.

나는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았다. 편지도 함께 돌았다. 방향이 없었다. 봉인은 여전히 미지근했다.

“설마.”

나는 날개 한쪽을 접고 몸을 돌려 우체소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봉인이 한 번 울렸다. 소리는 없었지만 가슴뼈에 작은 진동이 닿았다. 반대쪽으로 틀자 조용해졌다. 다시 우체소를 향하자 또 한 번.

처음 이 편지를 들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다만 나는 진동을 목적지에서 오는 신호가 아니라, 출발지를 떠나라는 재촉으로 알아들었다. 남보다 먼저 뛰어드는 데 익숙한 사람은 자기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우체소 지붕이 보일 무렵 바람이 사라졌다. 날개가 축 처졌고, 나는 마지막 남은 속도로 창문틀을 붙잡았다. 소장이 안에서 내 팔을 잡아당겼다. 둘이 바닥에 나란히 넘어지자 남색 편지가 가슴끈에서 빠져나와 우리 사이에 떨어졌다.

“벌써 다녀왔어?”

“아니. 출발을 잘못했어.”

나는 숨을 몰아쉬며 편지를 집었다. 봉인 위의 문양이 처음으로 보였다. 닳아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자리에 아주 작은 날개 달린 배낭이 새겨져 있었다. 내가 쓰는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가죽 덮개의 비뚤어진 오른쪽 모서리까지 같았다.

소장은 봉투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분류대 앞에 서서 편지를 두 손으로 들었다. 그제야 봉인이 천천히 갈라졌다. 마른 얼음이 녹듯 가장자리부터 투명해지더니, 남색 실 한 가닥을 남기고 풀렸다.

“수신인이 나였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자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허탈해서도, 기뻐서도 아니었다. 수많은 섬을 헤매고도 찾지 못한 문이 줄곧 내 가슴끈 안쪽에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나다워서였다. 나는 늘 “그럼 일단 여기까지 가 보죠”라고 말하면서, 정작 내가 서 있는 곳은 출발점으로 세어 본 적이 없었다.

봉투 안에는 한 장뿐이었다. 종이는 오래되어 접힌 선마다 희게 닳아 있었다. 글씨는 급했고, 몇몇 획은 바람에 밀린 사람처럼 옆으로 기울어 있었다. 나는 첫 줄에서 숨을 멈췄다. 내 글씨였다. 지금보다 서툴지만 분명히 내가 쓰는 모양이었다.

“언제 쓴 거지?” 소장이 물었다.

“모르겠어.”

맨 아래에도 날짜는 없었다. 발신인 칸도 비어 있었다. 하지만 문장 사이에 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버릇이 남아 있었다. 틀린 단어를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더 진한 글씨로 바로잡는 버릇. 도움을 청하는 문장을 썼다가,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버릇.

나는 편지 전부를 소리 내 읽지 않았다. 다만 가운데 적힌 두 줄만 입술로 따라갔다.

“네가 끝까지 남았다면, 이제 혼자 남는 쪽을 고르지 마.”

“도착하지 못한 건 네가 늦어서가 아니라, 아직 너를 수신인으로 부르지 못해서야.”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어느 날의 내가 이 편지를 썼는지, 어떻게 봉인했고 왜 우편 자루에 넣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쓰고도 잊었을 만큼 어린 날이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아직 오지 않은 날의 글씨가 바람을 거슬러 왔는지도 모른다. 봉인된 편지는 가끔 시간보다 항로를 먼저 고르니까. 모르는 건 모르는 채로 두기로 했다.

대신 한 가지는 알았다. “남아 있던 사람”은 누군가에게 버려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만은 아니었다. 모두의 출발을 재촉하고,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고, 정작 자기 차례가 오면 우체소에 남아 다음 자루를 기다리던 사람. 실패를 보관실 깊숙이 밀어 넣은 뒤에도 계속 배달을 나갔던 사람. 나였다.

소장이 조용히 빈 의자를 끌어 주었다. 나는 처음으로 배낭을 완전히 벗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깨가 갑자기 가벼워지자 오히려 몸이 휘청였다. 소장이 팔을 내밀었고, 이번에는 늦지 않게 잡았다.

그 편지가 옮긴 것은 답장이 아니라, 언제나 출발만 하던 나에게 돌아올 자리였다.

창밖에서는 여러 방향의 바람이 서로 부딪치다 천천히 한 줄로 모이고 있었다. 바람주머니가 남쪽을 향해 부풀었다. 고도계 바늘은 0에 놓여 있었다. 나는 남색 실을 손목에 묶고 편지를 빈 봉투에 도로 넣었다. 봉인은 다시 생기지 않았다.

“이건 어디에 보관할까?” 소장이 물었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실패 편지함이 아닌 내 배낭의 가장 바깥 주머니를 열었다.

“배달 완료함은 아니고.”

“그럼?”

“동행 중.”

우리는 열린 문 앞에 나란히 섰다. 구름다리 위로 저녁빛이 번졌고, 젖은 구름에서는 비가 그친 뒤의 돌 냄새가 났다. 내일이면 또 수신인 없는 편지가 올지도 모른다. 나는 아마 또 빨리 판단하고, 가끔 틀리고, 틀리면 항로를 다시 짤 것이다. 다만 다음에는 출발하기 전에 뒤를 한 번 돌아볼 생각이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 남아 있는 사람들 속에 나도 제대로 포함되어 있는지.

나는 문턱을 넘지 않고 바람이 정돈되는 것을 조금 더 기다렸다. 망설임은 아니었다. 출발선에는 달려 나가는 순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았다. 곁에 설 사람을 부르고 함께 첫발을 떼는 순간도 있었다. 남색 편지는 내 주머니에서 가볍게 바스락거렸다. 이번에는 어디에도 늦지 않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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