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미끄러진 추
메트로놈은 나흘 동안 탁자 위에 있었다.
아침에 흔들어 보고, 저녁에 흔들어 보고. 소리는 여전히 골랐다. 딱, 딱.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닷새째 되던 날, 소리 대신 눈으로 봤다.
바늘을 육십에 맞췄다. 그리고 회중시계 옆에 있던 낡은 벽시계를 가져다 나란히 뒀다. 오후 네 시 십칠 분에 멈춘 회중시계 말고, 아직 도는 벽시계다. 초침이 있는 놈으로.
일 분 동안 메트로놈 소리를 셌다. 예순두 번. 다시 셌다. 예순세 번. 세 번째는 예순네 번.
한 번에는 몰랐다. 세 번을 하고서야 알았다. 틀린 게 아니라, 자라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빨라졌다. 처음 일 분은 정확했다. 삼 분쯤 지나면 눈에 안 띌 만큼 빨라졌다. 오 분이 넘어가면 손끝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빨라졌다.
곡 하나가 보통 몇 분 걸리느냐고, 손님이 왔을 때 물었다.
"삼 분에서 오 분이요. 긴 건 칠 분도 가고요."
거기다. 곡 끝부분에서 애들이 넘어진다고 했다. 넘어지는 게 아니었다. 메트로놈이 먼저 뛰어간 거였다.
상자를 열었다. 추가 하나 있었다. 진자 막대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작은 나사식 추다. 위로 올리면 빨라지고 아래로 내리면 느려지는 게 메트로놈의 이치다. 추는 나사에 물려 고정돼야 한다.
나사를 만져 봤다. 헐거웠다. 아주 조금. 손가락으로 돌리니 힘 없이 스르르 돌아갔다.
돋보기를 댔다. 나사 옆, 추가 지나는 자리를 따라 가느다란 홈이 나 있었다. 원래 있던 게 아니다. 오래 쓰면서 파인 자국이다. 추가 미세하게 미끄러져 내려온 게 아니라 — 아니, 반대였다. 위로. 진동이 계속되면 추는 아래보다 위로 밀린다. 나사가 헐거우면 그 미는 힘을 못 막는다.
곡이 길어질수록, 연주가 길어질수록, 추는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곡 끝에서 빨라진다.
이건 누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나사 하나가 오래돼서 물림이 닳은 것뿐이다.

그런데 홈이 신경 쓰였다. 한 방향으로만, 아주 고르게 파여 있었다. 오래 써야 생기는 자국이다. 몇 년은 됐겠다 싶었다.
"이거 얼마나 쓰셨니껴."
"저희 선생님 거였어요. 저 배울 때부터요. 물려받은 지는 오 년쯤 됐고요."
나는 더 안 물었다. 오 년 전에 물려받았고, 그 전에도 누군가 쳤다. 손이 여럿 거쳤다는 뜻이다. 나사는 누구 하나 때문에 헐거워진 게 아니다. 거쳐 간 손 전부가 조금씩 만든 거다.
나사를 조였다. 꽉 조이지는 않았다. 너무 조이면 추를 옮길 때 힘이 든다. 딱 밀림이 없을 정도로만.
그리고 홈은 그대로 뒀다. 지울 수 없는 자국이었다. 지우면 나무를 깎아야 하는데, 그러면 추가 지나는 길 자체가 달라진다. 흔적을 없애려다 다른 고장을 만드는 거다.
손님한테 그렇게 말했다. 나사는 조였지만 홈은 남았다고. 앞으로도 오래 치면 또 헐거워질 거라고. 그러니 한 달에 한 번쯤, 나사를 손가락으로 살짝 확인하라고 했다.
"그럼 애들 손 탓이 아니었네요."
"손 탓 아니잖소. 나사 탓이드래요. 오래돼서 그런 거고."
손님은 잠깐 말이 없었다. 상자를 도로 받으며 작게 웃었다. 웃는 게 안심하는 웃음 같았다.
바이올린을 배운 지 오래됐다고, 선생님이 되고 나서도 여태 이 메트로놈을 쓴다고 했다. 그 이상은 말 안 했다. 나도 안 물었다.
손님이 나가고 탁자를 닦았다. 나사 조각 하나가 떨어져 있어서 주웠다. 서랍에 넣었다.
회중시계는 그대로 네 시 십칠 분에 있다. 까치도 그대로 날개가 없다. 오늘은 그 둘을 만지지 않았다. 손댈 일이 아니었다.
작업대를 마른 천으로 한 번 훑었다.
닳는 걸 막을 수는 없드래요. 조이는 것만 할 수 있으니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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