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시간이 움직였다
손바닥 위 톱니 하나. 축에 안 들어갔다. 힘으로 밀어 넣으면 들어갈 수도 있었다. 안 그랬다.
아버지 시계는 그걸 빼고도 돌았다. 태엽을 감으니 바늘이 움직였다. 소리도 골랐다. 하나가 남았다고 못 도는 시계는 아니었다.
남는 톱니를 서랍에 넣었다. 다른 나사와 섞이지 않게 헝겊에 쌌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버릴 수도 있었다.
사흘 뒤, 손님이 시계를 찾으러 왔다. "다 됐니껴." "됐드래요." "톱니 하나가 남았는데요." 손님은 양철통을 흔들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가지세요. 아버지 것도 다 세진 않으셨을 거예요." 그렇게 톱니 하나가 내 서랍에 남았다.
회중시계 옆에 뒀다. 날개 없는 까치 옆에도. 특별한 자리는 아니었다. 그냥 손이 놓은 자리였다.
열흘쯤 지나 돋보기로 다시 봤다. 톱니 수를 셌다. 열둘. 지름을 쟀다. 까치의 오른쪽 날개 자리, 비어 있는 소켓과 견줘 봤다.
비슷했다. 딱 맞진 않았다. 살짝 컸다.
그 자리는 몇 해째 비어 있었다. 몸통만 만든 채로 뒀다. 날개를 달면 소리가 난다. 아니, 소리가 나야 맞다. 아직 시험해 본 적은 없다.
왜 안 달았느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아직 정확하지 않아서라고 했을 거다. 날개는 한쪽이 무거우면 소리가 갈라진다. 정확해야 한다. 그렇게 몇 해를 미뤘다.
그날 오후, 종이 울렸다. 문을 연 건 아이였다. 작년 봄에 새를 맡겼던 그 아이. 키가 조금 컸다. 가방을 메고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새는 잘 우니껴." "네. 근데 좀 이상해요." "어떻게." "박자가... 아주 조금 늦어요. 아무도 모를 만큼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아이는 탁자를 둘러봤다. 시선이 멈춘 곳은 회중시계가 아니라 까치였다. "이거, 그때도 있었는데." "그랬드래요." "아직도 안 고쳤어요?"
그 말에는 나쁜 뜻이 없었다. 아이는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물었다. 몇 해째 못 고친 게 아니라 안 고친 거라는 걸, 아이는 몰랐다.
나는 한참 대답을 못 했다. 짧게 품은 질문이 아니었다. 오래 품은 질문이었다. 그런데 아이 앞에서는 짧게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날개가... 안 맞아서." "그럼 맞추면 되잖아요." 아이는 그렇게만 말했다. 더 캐묻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의자에 앉아 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서랍에서 헝겊에 싼 톱니를 꺼냈다. 파일을 들었다. 톱니 하나를 조금씩 갈았다. 갈고, 맞춰 보고, 다시 갈았다. 손이 떨렸다. 나이 든 손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반 시간쯤 걸렸다. 소켓에 넣었다. 돌아갔다. 헐겁지도 뻑뻑하지도 않았다.
날개를 달았다. 왼쪽엔 이미 있던 걸, 오른쪽엔 방금 맞춘 걸. 태엽을 감았다.
아이가 숨을 죽였다. 나도 그랬다.
소리가 났다. 노래는 아니었다. 짧고, 갈라진, 한 번의 소리였다. 그래도 소리였다. 몇 해 만에 처음이었다.
다 맞아야 우는 게 아니었다. 소리를 내야, 그다음에 다듬는 거였다. 나는 그걸 몇 해나 거꾸로 알고 있었다.
나는 회중시계를 집었다. 뒤 뚜껑을 열었다. 손끝으로 용두를 잡았다. 오후 네 시 십칠 분. 아주 조금 돌렸다. 반 밀리미터. 바늘이 열여덟 분으로 넘어갔다.
그게 다였다. 시간을 다 맞추진 않았다. 오늘 날짜, 오늘 시각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한 칸이면 됐다.
아이는 그걸 보고도 묻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다음엔 또 뭐 가져와요?" "안 가져와도 되니껴." "그래도 올게요."
아이가 갔다.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나는 작업대를 닦았다. 까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의 소리가 조금 다르다. 언젠가 맞춰야 할 거다. 그런데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회중시계는 네 시 열여덟 분에 서 있다. 내일은 열아홉 분으로 갈 거다. 그다음 날은 모른다.
여기까지 됐다. 나머지는, 새가 알아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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