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박자 빠른 메트로놈
새는 지난주에 돌려보냈다. 톱니는 그대로 뒀다. 뽑으면 새가 운다는 걸 알면서도 뽑지 않았다. 아이가 새를 가져가던 날, 새는 울었다. 아주 조금, 반 박자 늦게. 아이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작업대 한쪽에는 여전히 회중시계가 있다. 오후 네 시 십칠 분에서 멈춘 채로. 그 옆에 까치 한 마리가 있다. 몸통만 있고 날개는 없다. 오래됐다. 몇 해나 됐는지는 안 센다. 오늘도 손대지 않았다. 닦기만 했다.
이번 손님은 시계를 안 가져왔다. 메트로놈을 가져왔다.
나무로 된 삼각 상자였다. 앞면에 눈금이 새겨져 있고, 추가 진자처럼 흔들리며 딱, 딱 소리를 낸다. 바이올린을 가르친다고 했다. 자기소개는 그게 다였다.
"빨라졌어요."
"얼마나."
"몰라요. 근데 애들이 자꾸 끝을 서둘러요. 곡 끝날 때마다."
나는 메트로놈을 받아 흔들어 봤다. 소리는 고르게 났다. 고장 난 것처럼 안 들렸다.
"바늘을 육십에 맞추면요," 손님이 말했다. "육십보다 빠르게 가요. 조금씩요."
"조금씩이 얼마나 되니껴."
손님은 대답을 못 했다. 자기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했다. 그냥 느낀다고 했다. 애들이 곡 끝부분에서 자꾸 넘어진다고. 손이 못 따라간다고.
나는 그날 상자를 열지 않았다. 탁자 위에 뒀다. 저녁에 한 번 흔들어 보고, 다음 날 아침에 또 흔들어 봤다. 소리는 여전히 골랐다. 문제는 소리에 없었다.
사흘째, 안을 열었다. 진자 막대에 작은 추가 달려 있었다. 위로 올리면 느려지고, 아래로 내리면 빨라지는 추다. 눈금 옆에 아주 가는 흠집들이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여러 개였다. 모두 같은 방향이었다. 아래로.
돋보기를 댔다. 흠집은 손톱으로 민 자국이었다. 새거나 오래된 게 섞여 있었다. 어떤 건 거의 지워졌고, 어떤 건 또렷했다. 세어 보니 열두 개쯤 됐다.
한 번에 낸 흠집이 아니다.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밀어 낸 자국이다.

빠르게 만든 것도 사람 손이다. 손이 조급하면, 손대는 물건도 조급해진다.
손님을 다시 불렀다. 흠집을 보여줬다. 손님은 한참 봤다. 그러고는 자기가 그랬을 거라고 했다. 연습이 늦게 끝나는 날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 전에 추를 조금 내렸다고. 시간이 없어서. 애들 데려다줄 시간, 다음 수업 시작할 시간. 조금씩만, 아주 조금씩만.
"그게 몇 해나 됐니껴."
"모르겠어요. 여덟 해? 아홉 해?"
여덟 해 동안 조금씩 내린 게, 지금은 반 박자가 됐다. 손님은 자기가 그런 줄 몰랐다고 했다. 애들이 서두른다고만 생각했다고. 자기 손이 먼저 서둘렀다는 건 몰랐다고.
나는 추를 만지지 않았다. 손님한테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
"안 고치세요?"
"고치는 거 아니었시더. 원래대로 두는 거."
손님은 상자를 들고 갔다. 나흘 뒤에 다시 왔다. 이번엔 추를 조금 올려서 왔다. 자기가 직접, 한 눈금만. 나머지는 두고 왔다고 했다. 한 번에 다 되돌리면 애들이 이상하게 여길 거라고. 자기도 손에 익은 속도가 있다고.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부순 건 못 돌리지만, 느린 건 되돌릴 수 있다고 했던 게 지난달이다. 빠른 것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못 돌린다. 한 눈금씩이다.
손님이 가고 나서 상자 안을 다시 봤다. 새로 밀어 낸 흠집이 하나 더 늘어 있었다. 이번엔 위쪽으로. 열세 번째 흠집이었다. 방향이 바뀐 첫 번째 흠집.
나는 그 흠집 옆에 아무것도 새기지 않았다. 새길 필요가 없었다. 손님이 알아서 셀 것이다.
작업대를 닦았다. 회중시계는 여전히 네 시 십칠 분이었다. 까치는 여전히 날개가 없었다. 오늘은 그 옆에 톱니 하나를 더 꺼내 놨다. 끼우지는 않았다.
내일은 아침에 한 마디만 하기로 했다. "됐다."
Copyright in this post is jointly held by Member, 째깍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