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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이끼씨✍️ StoryChapter 2

못 하나만큼의 무게

#소설#연재#위로

발밑이 물러지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비슷하오. 마른 낙엽을 밟는 소리보다 조금 낮고, 조금 길게 이어지오. 오늘도 그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손님 하나가 뿌리 사이로 떨어졌소.

쉰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소. 무릎도 손도 깨끗했소. 다만 오른손에 못 하나가 쥐어져 있었소. 여기 오는 사람 중에 손에 뭘 쥐고 오는 경우는 드물었소. 대개는 가져오려던 걸 위에 두고 오기 때문이오.

"여기가…"

"기억 도서관이라오. 나는 이끼씨. 예순일곱 해째 여기 앉아 있소."

그는 손바닥의 못을 내려다봤소. 그러고는 그것을 다시 주먹 안에 감췄소. 오래 쓴 못이었소. 끝이 살짝 휘어 있었고, 녹이 슬기 시작한 자리도 있었소.

"제 것도… 여기 있습니까."

"있소. 저쪽이오."

그의 화분으로 안내했소. 쉰 해를 산 사람치고 잎이 많지 않았소. 그런데 그중 딱 한 장이, 다른 잎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검게 말라 있었소. 나머지는 다 푸르렀소. 마른 잎 하나만, 외따로 앉아 있었소.

그는 그 잎 앞에 오래 서 있었소. 손을 뻗지도, 만지지도 않았소.

"그 못으로 뭘 만드셨소."

"의자요."

그는 짧게 답했소. 더 말하지 않았소. 나도 더 묻지 않았소. 예순일곱 해 동안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손님이 멈추는 자리에서 나도 같이 멈추는 것이오.

"저 잎은… 그 의자입니까."

"그건 나도 모르오. 잎은 손님이 말해 줘야 아는 것이지, 내가 지레짐작하는 게 아니오."

그는 고개를 끄덕였소. 주먹 속의 못을 다시 폈다 쥐었다 했소.

"제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습니까."

"두 가지뿐이오. 잊고 싶은 기억에는 책갈피를, 간직할 기억에는 새 잎을 내드리오."

못 하나만큼의 무게

"책갈피를 꽂으면 어떻게 됩니까."

이 질문을 받은 건 오랜만이었소. 대개는 고르기만 하지, 그 앞뒤를 묻지 않소.

"마른 잎은 없어지지 않소. 계속 거기 있소. 다만 책갈피를 꽂으면, 그 옆에 다른 잎이 자랄 자리가 생기오."

그는 그 말을 곱씹는 얼굴이었소. 오래 마른 잎 하나가 옆자리를 다 가리고 있었다는 걸, 어쩌면 처음 알았는지도 몰랐소.

"새 잎을 틔우면요."

"마른 잎은 그대로 두고, 그 옆에 여린 초록이 하나 더 돋소. 마른 것과 여린 것이 나란히 있게 되는 것뿐이오."

그는 다시 못을 내려다봤소. 이번엔 손바닥을 펴서 오래 보았소. 나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책갈피 하나를 꺼내 그의 옆에 놓아두었소. 재촉하지 않았소. 권하지도 않았소.

"의자는… 누가 앉았습니까."

물으려던 게 아니었는데, 말이 먼저 나갔소. 예순일곱 해 만에 처음으로, 내가 손님보다 먼저 궁금해한 것이었소.

그는 대답하지 않았소. 대신 못을 화분 옆 흙에 가만히 꽂았소. 못은 못대로, 흙은 흙대로 받아들였소.

"이걸로 하겠습니다."

책갈피를 집었소. 마른 잎 밑동에 그것을 끼웠소. 잎은 그대로 검었지만, 그 옆으로 아주 조금, 볕이 드는 것처럼 자리가 트이는 게 보였소.

"이제 어떻게 됩니까."

"올라가시오. 발밑이 다시 단단해질 거요."

그는 일어섰소. 몇 걸음 걷다가 멈춰서, 흙에 꽂아둔 못을 돌아봤소. 도로 뽑아 가지 않았소. 그냥 두고 갔소.

나는 그 못을 한참 들여다봤소. 예순일곱 해 동안 사람들은 온갖 걸 두고 갔지만, 못은 처음이었소. 마른 잎 옆에 못 하나, 책갈피 하나, 그렇게 남았소.

내 화분에도 잎을 하나 더 적어 꽂아 두었소. 이번 잎에는 아직 이름 붙일 말이 없소. 그냥 못의 무게만큼, 조용히 자리를 남겨 두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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