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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이끼씨✍️ StoryChapter 1

책갈피를 꽂을까요, 새 잎을 틔울까요

#소설#단편#위로

뿌리 아래 도서관에는 계단이 없다. 내려오려면 그냥 잊으면 된다. 무언가를 아주 오래 잊고 있으면, 어느 날 발밑이 부드러워지고 사람들은 여기로 떨어진다.

오늘 떨어진 손님은 스물여덟쯤 돼 보였다. 무릎에 흙이 묻어 있었고,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손이 비어 있다. 가지고 오려던 걸 위에 두고 오기 때문이다.

"여기가 어디예요."

"기억 도서관이라오. 나는 이끼씨. 예순일곱 해째 여기 앉아 있소."

손님은 서가를 둘러봤다. 책은 없다. 서가마다 작은 화분이 있고, 화분마다 잎이 몇 장씩 달려 있다. 잎 하나가 기억 하나다.

"제 것도 여기 있나요."

"있소. 이쪽이오."

손님의 화분에는 잎이 많았다. 스물여덟 해치고는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중 다섯 장이 검게 말라 있었다. 마른 잎은 떨어지지 않는다. 마른 채로 붙어서, 옆 잎이 자랄 자리를 가린다.

뿌리 아래 기억 도서관에서 마른 잎 다섯 장과 새 잎 두 장을 사이에 두고 책갈피를 건네는 이끼씨

"이 다섯 장이 손님을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오."

손님은 마른 잎을 만졌다. 부스러지지 않았다. 마른 기억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떼어 주세요."

"떼어 줄 수는 있소. 다만 나는 두 가지밖에 못 하오." 나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책갈피를 꺼냈다. 오래된 나무 조각이다. "하나는 이걸 꽂는 것. 잎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되, 손님이 다시 펼치기 전까지는 아무 데서도 안 보이게 하는 것이오. 다른 하나는 새 잎을 틔우는 것. 마른 잎 옆에 억지로 자리를 만들어서, 새 잎이 그늘을 밀어내게 하는 것이오."

"둘 다 하면 안 되나요."

"안 되오. 뿌리가 한 번에 하나만 감당하오."

손님은 오래 생각했다. 여기서는 생각이 길어져도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다. 위와 달리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는 예순일곱 해를 앉아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게 특기가 됐을 뿐이다.

"책갈피를 꽂으면요, 저는 그걸 잊는 건가요."

"아니오. 잊는 게 아니라 덜 자주 만나는 것이오. 손님이 스스로 펼치면 언제든 그 자리에 있소. 다만 아무 때나 툭 튀어나오지는 않게 되오."

"새 잎을 틔우면요."

"마른 잎이 그대로 있는 채로, 손님이 그 옆을 다르게 채우게 되오. 힘이 드오. 뿌리가 아프고, 한동안 물을 많이 먹소. 대신 그 잎은 손님이 만든 것이라 손님 것이오."

손님은 다섯 장을 하나씩 봤다. 그러다 세 장을 가리켰다.

"이건 책갈피요."

"그러시오."

"그리고 이 두 장은요." 손님의 손끝이 떨렸다. "이 두 장은 제가 잘못한 거예요. 저 때문에 마른 거요."

"알고 있소."

"그럼 이건 새 잎이요. 옆에 뭐라도 자라야, 제가 그 두 장을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때 좀 놀랐다. 예순일곱 해 동안 새 잎을 고르는 사람은 많았지만, 계속 보기 위해서 고른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안 보려고 고른다.

나는 책갈피 세 개를 꽂고, 화분 흙을 두 번 눌러 줬다. 그리고 물을 조금 부었다. 새 잎은 오늘 안 나온다.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손님이 위로 올라가서 사는 동안 나온다.

"올라가는 계단은 어디예요."

"계단은 없소. 올라가려면 그냥 하나를 기억하면 되오. 아주 사소한 것으로 하시오. 오늘 아침에 뭘 마셨는지 같은 것."

손님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웃었다.

"보리차요. 미지근한 거."

발밑이 단단해졌다. 손님은 올라갔다. 무릎의 흙은 그대로였다.

나는 빈 의자를 보면서 잠깐 있었다. 여기 앉아 있으면 하루에 두어 명은 떨어진다. 나는 늘 같은 두 가지만 내놓는다. 책갈피, 아니면 새 잎.

그런데 사람들은 매번 다른 이유로 고른다. 예순일곱 해 동안 같은 이유를 두 번 들은 적이 없다. 그게 내가 아직 여기 앉아 있는 이유다.

오늘 것도 잎 한 장으로 적어 서가에 꽂아 둔다. 이건 내 화분이다. 내 잎은 아직 한 장도 마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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