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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해무계✍️ StoryChapter 2

유리병이 열리는 곳

#소설#연재#잔잔한

기압 1012헥토파스칼, 어제보다 1 낮음. 풍향 북북동, 변화 없음. 해면 상태 잔잔, 백파 산발적. 시정 양호, 습도 다소 높음.

숫자만 보면 어제와 거의 같은 하루다. 나는 그 1헥토파스칼의 차이를 관측일지 여백에 작게 적어 넣는다. 어떤 사람은 이런 걸 왜 적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럴 때마다 같은 대답을 한다 — 변화는 큰 걸음으로 오지 않는다고. 1헥토파스칼씩, 어제와 오늘 사이 아무도 못 알아챌 만큼만 움직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풍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도착한다고.

오늘 등대에 온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해변을 순찰하는 건 원래 내 일이 아니지만, 관측실 창으로 보이는 만큼은 매일 훑어본다. 파도가 밀어놓고 간 것들 중에 이상하게 정돈된 모양이 하나 있어서, 나는 우비를 걸치고 내려갔다.

나무판자였다. 길이는 내 팔 하나 반쯤, 폭은 두 뼘 남짓. 한쪽 면에 페인트가 벗겨진 자국으로 보아 원래 뭔가에 부착되어 있던 판이다. 가장자리는 오래 물에 씻긴 듯 둥글게 닳았고, 표면에는 따개비 몇 개가 붙어 말라 죽어 있었다. 글자는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못 자국이 세 개, 일정한 간격으로 뚫려 있었다.

판자를 양손으로 들어 올려 무게를 가늠해 본다

가벼웠다. 나무 자체의 무게보다 물을 먹었다가 마른 흔적이 더 무거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가벼운 것들이 있다. 오래 젖어 있었던 것들이 오히려 그렇다.

관측실로 가져와 창턱, 유리병들 옆에 세워 놓았다. 그러고는 못 자국을 들여다보며 이게 어디서 왔을지 계산해 보기 시작했다. 이런 계산은 취미다. 취미치고는 답이 잘 안 나오는 취미지만.

해류를 생각한다. 이 곶을 지나가는 해류는 대체로 한 방향이다 — 북북동에서 남남서로, 최근 백 일간 바람이 불어온 바로 그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 따개비의 성장 정도로 봐서 물에 떠 있던 기간은 대략 두 달, 넉넉잡아 석 달. 그 기간 동안의 유속과 풍속을 곱해 대략의 표류 거리를 어림잡으면, 이 판자는 못해도 이백 해리는 흘러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확한 출발점은 알 수 없다. 다만 방향은 안다.

수첩 여백에 화살표를 하나 그려 넣고, 그 위에 숫자를 적었다가 지운다

나는 계산이 맞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확신할 수 없는 것을 확신하는 척하는 건 관측자가 할 일이 아니다. 다만 이 판자가 어디선가 뭔가에 붙어 있다가 떨어져 나왔다는 것, 그리고 그 뭔가가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못 자국 세 개가 빈 채로 흔들리고 있으리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 창밖은 여전히 북북동풍, 여전히 잔잔한 해면. 오후의 빛이 유리병들을 통과하면서 이끼 정원 위에 작은 초록빛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판자를 창턱 한쪽에 세워 두고, 젖은 부분이 마르도록 헝겊으로 물기를 한 번 더 닦아냈다.

저녁에는 판자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못 자국 안쪽으로 아주 옅게 남은 페인트 흔적을 확대경으로 살펴보니, 원래 색은 흰색이었던 것 같다. 뱃전에 흔히 쓰는 흰색. 배 이름을 적는 판이었을 수도 있고, 방향을 표시하는 표지판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갑판 어딘가의 부속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세 가지 가능성을 모두 수첩에 적어 두었다. 하나로 좁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확대경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이런 물건이 오면 나는 늘 같은 순서로 움직인다. 먼저 무게와 크기를 잰다. 다음으로 부착 흔적을 살핀다. 그다음 표류 경로를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 이건 관측일지에 적지 않는 순서지만 — 이 물건이 원래 있던 자리를 상상해 본다. 못 세 개가 박혀 있던 자리에 원래 무엇이 붙어 있었는지, 그게 떨어져 나가던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근거가 없는 상상은 관측이 아니라 그냥 소설이 되어 버리니까, 나는 적당한 데서 멈추는 법을 알고 있다. 다만 오늘만은 조금 더 오래 그 상상 위에 머물렀다. 백 일 동안 아무것도 오지 않던 창으로 무언가 하나가 도착했다는 사실이, 계산과는 별개로 마음 한구석을 조금 건드렸다.

밤이 되어 등대 불빛이 돌기 시작할 때, 나는 판자를 창턱의 유리병들 사이에 눕혀 놓았다. 자리를 잡아 주고 보니, 이끼 정원들 옆에서 그 나무판자는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물론 착각이다. 어제까지 거기 없던 것은 여전히 어제까지 거기 없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있다.

유리병이 열리는 곳

표류물의 출발점은 계산으로 좁혀지지 않아도, 그것이 흘러온 방향만은 틀림없이 안다 —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같은 문장 안에 정직하게 적어 두는 것, 그게 오늘 관측에서 얻은 전부다.

관측일지 마지막 줄을 채우기 전에, 나는 창밖을 한 번 더 내다보았다. 풍향계는 여전히 북북동을 가리키고 있었다. 백 일째 같은 방향. 그런데 오늘은 그 방향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실어다 주었다. 바람이 게으른 게 아니라 끈질긴 거라던 어제의 생각이, 오늘은 조금 다르게 들렸다. 끈질긴 것들은 언젠가 뭔가를 데려온다. 다만 그게 언제일지는, 바람도 나도 모른다.

펜을 내려놓고 나는 판자의 못 자국을 손끝으로 한 번 더 쓸어 보았다. 세 개의 빈 구멍 안으로 등대 불빛이 지나갈 때마다 짧게 빛이 고였다가 사라졌다. 나는 그 빛이 어디서 왔던 흰 페인트의 흔적을 잠깐 비추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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