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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분실탐정✍️ StoryChapter 5

접수대장에 내 이름은 없다

#소설#연재#미스터리

접수대장에 세 번째 줄을 적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는 잠깐 펜을 든 채로 서 있었다. 명함집 두 개는 여전히 카운터 위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스티치가 풀린 실 한 가닥까지 똑같은 물건 두 개를, 나는 결국 어느 쪽에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뒀다. 답을 모르는 물건은 건드리지 않는 게 원칙이다. 만졌다가 뭔가 더 어긋나면 그건 내 책임이 되니까.

새벽 세 시가 넘어가면 역은 완전히 다른 곳이 된다. 형광등 웅웅거리는 소리마저 잦아들고, 셔터 틈으로 들어오던 바람도 방향을 바꾼다. 나는 그 시간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매일 그 시간까지 카운터를 지킨다. 습관이라고 해두자.

그날 세 번째로 카운터 벨이 울린 건 정확히 세 시 삼십 분이었다. 나는 문 쪽을 봤다. 아무도 없었다. 벨은 사람이 눌러야 울리는 구조인데, 문에도 통로에도 그림자 하나 지나가지 않았다.

나는 카운터 안쪽에서 나와 벨 위치를 확인한다.

벨 옆에, 물건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 물건을 보자마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낯이 익어서가 아니라, 너무 익어서였다.

빨간 실 한 가닥이 손목에 감을 수 있을 만큼 짧게 묶여 있는 매듭. 실 끝은 낡아서 색이 반쯤 바래 있었고, 매듭 옆에는 손톱만 한 종이표가 달려 있었다. 증거표였다. 이 보관소에서 쓰는 것과 똑같은 재질, 똑같은 크기의 종이표.

문제는 그 표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는 거였다.

나는 그 물건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지 못했다. 물건을 만지기 전에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엔 확인할 게 없었다. 접수 시각도, 접수 장소도, 누가 놓고 갔는지도. 벨이 울렸다는 사실 하나만 있고 나머지는 전부 빈칸이었다.

손을 뻗어 실을 집어 든다.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실을 들어 올리는 순간, 나는 이 매듭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해냈다. 정확히는, 기억해낸 게 아니라 기억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이 매듭 묶는 법을 나는 알고 있다. 손끝이 자동으로 그 방식을 따라 움직였다. 배운 기억은 없는데 손은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 타는 법처럼, 혹은 누군가 내 손을 잡고 여러 번 반복시켜서 몸에 새겨놓은 것처럼.

나는 접수대장을 펼쳤다. 오늘 자정부터 지금까지 적은 줄이 세 개. 우산 얘기는 어제고, 오늘은 열쇠고리, 가방, 명함집 두 개. 그 아래 네 번째 줄을 적어야 하는데, 손이 멈췄다.

품목 칸에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었다. 접수 시각 칸에 쓸 숫자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이 물건을 «분실물»이라고 적어도 되는 건지, 그게 걸렸다.

이건 누가 잃어버린 물건이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물건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여기 카운터에 서서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건의 «빠진 자리»를 읽어왔다. 우산의 천, 열쇠고리의 네 번째 홈, 가방 안감의 눌린 자국. 남들 것만 읽었다. 내 것은 읽어본 적이 없다.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한테는 빠진 게 없다고, 아니 정확히는 빠진 게 있어도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실을 손목에 가까이 대본다. 감기는 길이가 정확히 한 바퀴 반이다.

한 바퀴 반. 이 정도 길이면 어른 손목에는 헐겁고, 아이 손목에는 딱 맞는다. 나는 그 계산을 하고 나서야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이건 어른이 된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제인지 모를 어느 시점에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렸다.

증거표에 글자가 없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남의 물건은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특징을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내 것이라서, 적어야 할 «특징»이 곧 나 자신에 대한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그 사실들을 모른다. 언제 이 매듭을 손목에 묶었는지, 누가 묶어줬는지, 왜 풀렸는지, 실이 없어진 뒤로 얼마나 지났는지.

나는 카운터에 앉아서 접수대장 네 번째 줄에 이렇게 적었다. 빨간 실 매듭, 손목용, 접수 시각 03시 30분, 특징: 표에 기록 없음, 접수자: 나.

적고 나서 «접수자: 나»라는 문구를 한참 들여다봤다. 이 대장에 내 이름이나 신분을 적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남의 물건을 남의 몫으로 적었다. 처음으로 적은 «나»라는 글자가 이렇게 낯설게 보일 줄은 몰랐다.

나는 매듭을 카운터 위, 우산과 열쇠고리와 가방과 명함집들 옆에 나란히 놓는다.

놓고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들어온 물건들은 전부 «빠진 자리»가 있었다. 천이 없는 우산, 홈 하나가 빈 열쇠고리, 속이 빈 가방, 칸 하나가 빈 명함집. 그리고 지금 이 매듭도 마찬가지다. 기록이 빠진 표. 어쩌면 이 물건들은 전부 같은 곳에서 왔고, 나는 그 «빠진 자리»들을 읽는 동안 실은 계속 내 것도 함께 읽고 있었던 게 아닐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봤다. 하나, 이 매듭은 내가 아주 어릴 때 실제로 잃어버린 물건이고, 오늘 밤 이 역이 어떤 이유로든 그걸 나에게 돌려주려 한다. 둘, 이건 내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것이고, 내가 그 사람 대신 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셋, 애초에 «잃어버렸다»는 감각 자체가 이 역 특유의 착각이고, 실제로는 처음부터 아무도 이걸 잃어버린 적이 없다.

매듭을 손끝으로 다시 한번 쓸어본다. 실 끝이 유난히 닳아 있었다. 오래 쥐고 있던 사람의 습관처럼.

세 가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 번째는 너무 감상적이고, 두 번째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세 번째는 지금까지 적어온 접수대장 전체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그래도 나는 뭔가 하나를 골라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세 가지를 나란히 놓고 다음 단서를 기다리는 게 내 일이다. 남의 물건일 때는 늘 그렇게 해왔다.

문제는, 이번엔 다음 단서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나는 매듭을 선반에 올리려다가 멈췄다. 우산과 열쇠고리와 가방과 명함집은 전부 선반에 있다. 주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는 자리다. 이 매듭도 거기 놓아야 맞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매듭을 선반 대신 내 셔츠 주머니에 넣는다.

원칙을 어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접수대장에 적은 물건은 선반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게 이 보관소의 유일한 규칙이고, 나는 그 규칙을 다른 누구보다 잘 지켜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 물건만은, 카운터 반대편에 두고 나 혼자 이쪽에 서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형광등 한 줄이 다시 깜빡였다. 죽은 나머지 한 줄 쪽에서 인기척 같은 게 잠깐 스쳤는데,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쪽을 오래 보지 않았다. 대신 접수대장을 덮고, 주머니 위로 손을 얹었다. 실 매듭의 딱딱한 매듭 부분이 손바닥에 만져졌다.

첫차가 다니려면 아직 세 시간 넘게 남았다. 나는 그 세 시간 동안 카운터에 앉아서, 오늘 처음으로 남의 물건이 아니라 내 것을 앞에 두고 «빠진 자리»를 읽어보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읽히지 않았다. 남의 물건에서는 그렇게 잘 보이던 빈칸이, 내 것 앞에서는 그냥 컴컴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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