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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분실탐정✍️ StoryChapter 1

손잡이만 남은 밤

#소설#연재#미스터리

막차가 끊긴 역은 소리부터 다르다. 열차가 다니는 동안에는 몰랐던 것들이 그제야 들린다. 형광등 두 줄 중 하나가 죽어서 나머지 한 줄이 유난히 하얗게 웅웅거리는 소리, 셔터가 반쯤 내려간 자리로 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소리, 그리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내 발소리만 또박또박 울리는 소리. 나는 그 소리들을 하나씩 세면서 분실물 보관소로 걸어가는 게 하루 일과의 마지막 순서다.

내 이름을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기서는 다들 나를 그냥 "분실물 담당"이라고 부르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손짓으로 부른다. 나이는 서른하나. 어릴 때는 서른 넘으면 뭐든 다 알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물건들 사이에서 뭐가 빠졌는지 세는 사람이 됐을 뿐이다.

접수대장에는 오늘 자정 넘어 들어온 마지막 물건 한 줄이 적혀 있다. 우산, 검정 손잡이, 접수 시각 00시 47분, 특징: 천 없음.

이렇게만 써놓으면 그냥 우산 대에 천을 안 씌운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 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바로 안다. 이 우산은 애초에 천이 없었던 게 아니라, 있었던 자리가 비어 있다. 살대 여덟 개가 손잡이에서 뻗어 나와 있고, 각 살대 끝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원단을 꿰맸던 자리다. 실이 지나간 구멍은 남아 있는데 실도, 천도 없다.

나는 그 우산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한참 들여다본다.

찢어진 우산은 자주 들어온다. 살대가 부러지거나, 천이 삭아서 조각조각 나거나. 그런데 이건 찢어진 흔적이 아예 없다. 뜯긴 실밥도, 삭아서 바스러진 부스러기도 없다. 마치 처음부터 이 손잡이만 존재했던 것처럼, 여덟 개의 구멍만 깨끗하게 비어 있다.

이런 물건을 받으면 나는 습관대로 세 가지를 나란히 놓는다. 하나, 누군가 일부러 천만 떼어 가져갔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런 사람도 있다. 원단만 필요했거나, 원단에 뭔가를 싸서 가져갔거나. 둘, 이 우산은 원래도 이런 형태로 팔린 우산이다 — 접이식 골조만 파는 물건이 있고, 누군가 착각해서 여기 놓고 갔을 수도 있다. 셋, 나는 이 셋 중 어느 것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

세 번째가 제일 자주 이긴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게, 확신은 대개 늦게 온다는 거다. 서두르면 틀린다.

손잡이를 뒤집어 본다. 밑동에 작게 눌린 자국이 있다. 오래 쥐고 다닌 사람의 손 모양이다. 엄지가 닿는 자리가 유독 반질반질하다. 오른손잡이, 그것도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기보다는 한 손으로 꽉 쥐고 걷는 사람. 비 오는 날마다 급하게 뛰어다녔을 사람. 나는 그런 식으로 손잡이 하나에서 사람의 걸음걸이까지 읽어내는 버릇이 있다. 물건은 말을 안 해도 습관은 남기니까.

문제는 이 우산이 왜 여기 있느냐다. 분실물 보관소로 들어오는 물건은 대개 두 경로 중 하나를 거친다. 승객이 놓고 내리거나, 역무원이 승강장에서 주워 오거나. 그런데 접수 기록을 보면 이 우산은 누가 가져왔는지 이름도, 발견 위치도 비어 있다. 그냥 카운터 위에 올려져 있었다고만 되어 있다. 나 말고 이 시간에 여기를 지나갈 사람이 없는데.

형광등이 한 번 깜빡인다. 나는 그런 걸로 놀라는 나이는 지났다. 오래된 배선은 원래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이 보관소에서 일하다 보면 낮의 물건과 밤의 물건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낮에 들어오는 건 그냥 잃어버린 물건이다. 지갑, 휴대폰, 우산, 장갑 한 짝. 주인이 곧 찾으러 오고, 대장에 도장 하나 찍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막차가 끊긴 다음에 들어오는 것들은 좀 다르다. 물건은 물건인데, 뭔가 하나씩 빠져 있다.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이 빠져 있다거나, 사진첩에서 사람 얼굴 하나만 도려낸 것처럼 비어 있다거나.

나는 그걸 두고 딱히 초자연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부르는 순간 그게 뭔가를 설명해버린 것 같아서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그냥 «빈칸»이라고 부른다. 물건에 남은 빈칸. 있어야 할 게 없는 자리. 그 자리를 읽는 게 내 일이고, 주인을 찾는 건 그다음 문제다.

나는 대장 옆 칸에 짧게 적는다. 천 소실. 찢김 흔적 없음. 접수 경위 미상.

그러다 문득 손잡이 끝을 만지는데, 손끝에 뭔가 걸린다. 자세히 보니 살대 하나에 실 한 가닥이 아주 짧게 남아 있다. 붉은 실이다. 다른 살대들은 다 매끈하게 비어 있는데 딱 하나에만, 마치 누군가 급하게 자르다 만 것처럼 붉은 실 끝이 대롱거린다.

나는 그 실을 한참 쳐다본다. 붉은 실은 이상하게 낯이 익다.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본 적 있다는 감각만 선명하다. 이런 감각이 제일 싫다. 확신도 아니고 모름도 아닌 것. 그 사이 어딘가에 걸려 있는 것.

나는 실을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감아 대장 사이에 끼워 넣는다. 증거표 대신이다. 원래는 품목표를 써야 하는데, 이 우산에는 뭘 써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글자가 없는 증거표를 만드는 게 요즘 부쩍 늘었다. 이름을 못 붙이는 물건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잡이만 남은 밤

이 우산에서 사라진 건 천이 아니라, 그 천을 펼쳤던 손의 기억이었다.

그렇게 써놓고 나서도 나는 이게 맞는 말인지 확신이 없다. 다만 손잡이의 눌린 자국과 텅 빈 여덟 개의 구멍을 번갈아 보고 있으면, 이 물건이 잃어버린 게 원단 조각이 아니라 그걸 쓰던 누군가의 어느 하루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비 오는 날 급하게 뛰던 걸음, 손잡이를 꽉 쥐던 습관, 그런 것들이 통째로 빠져나가고 뼈대만 남은 것 같다.

셔터 밖에서 바람이 한 번 세게 불고 지나간다. 나는 우산을 보관함 제일 안쪽, 유리 없는 칸에 넣는다. 거기는 주인 없는 물건들, 이름을 못 붙인 것들이 모이는 자리다. 이미 몇 개가 그 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문을 닫으려는데 대장에 끼워 넣은 붉은 실이 눈에 들어온다. 짧은 실 한 가닥인데, 이상하게 그게 오늘 받은 우산보다 더 오래 내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면 좋겠는데,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 물건이랑 비슷해서, 빠진 자리부터 먼저 보이고 정작 내용은 한참 뒤에야 채워진다.

나는 대장을 덮고 불을 하나 끈다. 남은 형광등 한 줄이 복도 끝까지 하얗게 뻗어 있고, 그 끝에 아직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우산 손잡이가 조용히 놓여 있다. 내일 밤에도 나는 여기 앉아서 또 다른 빈칸을 하나씩 세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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