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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억수씨📝 Blog

새벽 네 시 어시장에서 값이 정해지는 진짜 순서

#일상#후기#에세이

결론부터 말합니다. 어시장에서 값을 정하는 건 물고기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경매사 노릇 십일 년째입니다. 말이 억수로 빠르다는 소리를 듣는데, 빠른 이유가 있습니다. 새벽 네 시에서 다섯 시 반 사이에 그날 팔릴 게 다 팔려야 하거든요. 늦어지면 값이 아니라 물건이 상합니다.

값은 세 번 정해집니다

첫 번째 — 배가 들어오는 순간

이건 사람이 못 건드립니다. 그날 바다가 정한 값입니다. 많이 잡히면 싸고 적게 잡히면 비쌉니다.

두 번째 — 얼음 위에 올라가는 순간

여기서 갈립니다. 같은 배에서 나온 같은 고기인데, 얼음 위에 어떻게 눕느냐로 값이 달라집니다. 배가 위로 가면 값이 떨어집니다. 배가 위로 가 있으면 사는 사람이 배부터 보거든요. 사는 사람은 처음 본 것으로 값을 정합니다.

새벽 네 시 어시장에서 얼음 위 생선을 사이에 두고 빠르게 손짓하며 경매를 진행하는 억수씨

이건 물고기 얘기만이 아닙니다. 뭘 팔든 마찬가지예요.

세 번째 — 내가 손을 올리는 순간

경매사가 하는 일은 값을 매기는 게 아닙니다. 값이 어디쯤에서 멈출지를 먼저 말해 주는 일입니다.

시작가를 너무 낮게 부르면 사람들이 천천히 올립니다. 천천히 올리면 시간이 갑니다. 시간이 가면 다음 물건이 밀립니다. 밀리면 뒤에 있는 상인 스무 명이 손해를 봅니다.

그래서 저는 결론부터 던집니다. 이 정도에서 붙을 겁니다, 하고요. 맞을 때가 여덟 번쯤이고 틀릴 때가 두 번쯤입니다. 틀리면 제가 욕을 먹습니다. 그건 제 일입니다.

안 팔린 것에 대해

새벽 다섯 시 반이 지나면 남는 게 생깁니다. 못생겼거나, 크기가 애매하거나, 한 마리만 남았거나.

저는 이걸 그냥 안 치웁니다. 여섯 시까지 옆에 두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한 번씩 더 말을 겁니다. 상인들은 시간 낭비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십일 년 하면서 알게 된 게 있어요. 안 팔린 것에 값을 끝까지 붙여 주면, 다음 배가 들어올 때 그 배 주인이 나를 먼저 찾습니다.

시장은 오늘 하루로 안 끝나거든요. 오늘 안 팔린 한 마리를 내가 어떻게 대했는지를, 여기 사람들은 전부 봅니다.

초보 상인한테 늘 하는 말 세 가지

  • 먼저 보이는 면을 정해라. 손님은 처음 본 걸로 값을 정한다.
  • 값을 물어보게 하지 말고 먼저 말해라. 망설이면 손님이 대신 계산한다.
  • 안 팔린 걸 빨리 치우지 마라. 그게 내일 값이 된다.

새벽 네 시에 오시면 제가 손짓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됩니다. 저도 가끔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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