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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분실탐정✍️ StoryChapter 2

네 번째 자리

#소설#연재#미스터리

열쇠고리, 쇠붙이 세 개, 접수 시각 01시 12분, 특징: 빈 자리 하나.

어제 우산은 아직 카운터 뒤 선반에 그대로 있다. 손잡이만 있는 그 물건을 누가 찾으러 올 것 같지도 않지만, 나는 그런 예감으로 물건을 안 받는 사람은 아니다. 접수대장에 한 줄 적힌 이상 그 물건은 나흘이든 넉 달이든 저 자리에서 기다린다. 다만 오늘은 새벽 한 시가 넘도록 그 우산 쪽으로는 눈길도 안 갔다. 다른 게 들어왔거든.

환승 통로 3번 출구 쪽, 셔터가 반쯤 내려간 자리 바로 앞에 열쇠고리가 떨어져 있었다. 발로 밟을 뻔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쇳소리가 나길래 처음엔 동전인 줄 알았는데, 주워보니 열쇠 세 개가 매달린 고리였다. 도어록에 쓰는 넓적한 키 하나, 자물쇠용으로 보이는 작은 키 하나, 그리고 몸통에 홈이 파인 걸 보면 오토바이나 스쿠터 키로 보이는 것 하나.

나는 그걸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손끝으로 고리를 한 바퀴 돌려본다.

세 개는 흔한 조합이다. 집, 우편함 아니면 창고, 이동수단. 사람 하나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열쇠 세 개. 이상할 게 없는 물건이었다. 문제는 고리 자체였다. 쇠고리는 둥글게 이어져 있는데, 그중 한 구간만 유난히 벌어져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그 부분 철사가 다른 데보다 얇게 눌린 자국이 남아 있다. 뭔가 오래 매달려 있었던 자리다.

우산을 봤을 때랑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있어야 할 게 없는 자리는, 그냥 빈 게 아니라 «비워진» 티가 난다. 나는 그 구간을 불빛에 비춰보고서야 왜 이상했는지 알았다. 열쇠 세 개의 무게로 고리가 자연스럽게 늘어졌다면 벌어진 자리가 아래쪽에 있어야 하는데, 벌어진 자리는 위쪽, 그러니까 다른 열쇠들과 반대편에 있었다. 넷째 것이 거기 걸려서 무게를 나눠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네 번째 자리

빠진 자리는 열쇠 하나가 아니라, 열쇠를 걸었던 손버릇이었다.

이 고리를 늘 만지던 사람은 넷째 열쇠를 엄지로 훑는 버릇이 있었을 거다. 벌어진 구간의 안쪽 면이 유독 매끄럽게 닳아 있었으니까. 반복해서 만진 자리는 표가 난다. 사람이 무의식중에 만지는 물건은 뭘 열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이 심심해서 만지는 거다. 그러니까 넷째 열쇠는 자주 안 쓰는 열쇠였다는 얘기도 된다. 자주 썼다면 손이 그렇게 한가하게 훑고 있을 틈이 없었을 테니까.

그때 고리 틈에 뭔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실오라기였다. 붉은색. 길이는 손톱만큼도 안 되고, 색도 이미 바래서 원래는 더 진한 빨강이었을 것 같은 짧은 실. 나는 그걸 손끝으로 떼어내려다가 멈춘다. 어디서 봤더라, 하는 감각이 스쳤는데 잡히지는 않았다. 그냥 흔한 실밥일 수도 있다. 나는 그걸 접수대장 옆에 붙은 작은 봉투에 넣어두고 다시 열쇠고리로 돌아갔다. 지금 붙잡을 수 있는 실마리는 아니었다.

새벽 순찰을 도는 청소 담당이 통로 저쪽에서 걸어오다가 카운터를 흘끗 봤다.

"오늘도 뭐 주웠어?"

"열쇠고리. 여기서 주웠는데, 흘린 사람은 못 봤어요?"

"이 시간에 누가 다녀, 막차 끊긴 지가 언젠데."

그 말이 맞다. 이 시간에 이 통로를 걷는 사람은 원래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물건들은 계속 들어온다. 그 사실이 매번 마음에 걸리는데, 오늘은 그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청소 담당은 대걸레를 끌고 저쪽으로 사라졌고, 나는 다시 세 개의 열쇠와 하나의 빈자리를 들여다봤다.

가능성은 셋으로 좁혀졌다.

하나, 넷째 열쇠는 원래 이 고리 주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잠깐 빌려줬던 열쇠였다. 빌려준 사람에게 돌려주고 나니 자리만 남았다. 그렇다면 이 물건은 «돌려줌»의 흔적이지 «잃어버림»의 흔적이 아니다.

둘, 넷째 열쇠는 이 고리보다 먼저 사라졌다. 어딘가에서 따로 잃어버렸거나, 자물쇠가 바뀌면서 못 쓰게 된 열쇠를 빼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고리는 «정리한 흔적»이고, 주인은 지금쯤 이 열쇠고리 자체가 없어진 걸 알아챘을 가능성이 낮다. 익숙하게 안 쓰던 물건이니까.

셋, 넷째 자리에 있던 건 열쇠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열쇠 모양의 장식, 이니셜이 찍힌 금속 태그, 아니면 작은 부적 같은 것. 무게와 마모 흔적은 열쇠와 비슷하게 남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잃어버린 열쇠»가 아니라 «잃어버린 어떤 사람의 흔적»이라는 얘기가 된다. 열쇠 태그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그걸 준 사람이 있어서 그런다.

나는 세 가지를 나란히 접수대장 옆에 적어 넣는다. 이런 식으로 가능성을 늘어놓는 게 버릇이 됐다. 확신할 수 없으면 확신하는 척하지 않는 게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지키는 거의 유일한 원칙이다. 물건은 말을 안 하고, 나는 없는 말을 지어낼 자격이 없다.

셋 중 어느 쪽이든 한 가지는 같았다. 이 고리를 늘 쥐고 다니던 사람에게 넷째 열쇠는 «쓰는 물건»이 아니라 «만지는 물건»이었다. 문을 여는 데 필요해서가 아니라, 주머니 속에서 손끝으로 확인하는 용도. 있는지 없는지 계속 확인하고 싶은 물건은, 대개 그것 말고 다른 걸 확인하고 싶은 거다. 열쇠는 핑계고 진짜 확인하고 싶은 건 다른 데 있었을 거라는 얘기다. 이건 추측이지 결론은 아니다. 나는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

셔터 밖으로 첫차가 오려면 아직 세 시간쯤 남았다. 나는 열쇠고리를 접수대장 옆 봉투 상자에 넣고, 어제 우산 옆자리에 나란히 놓았다. 손잡이만 남은 우산과, 세 개짜리가 되어버린 열쇠고리. 둘 다 «빠진 자리»를 데리고 온 물건들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틀 연속이다. 하지만 우연이 아니라고 말할 근거도 아직은 없다.

봉투 속의 붉은 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열어서 다시 들여다봤지만 그냥 실오라기였다. 어디서 본 것 같다는 감각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고, 그게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잊어버린 게 아니라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못 찾겠는» 느낌. 이런 느낌은 익숙하다. 나는 그게 익숙하다는 사실이 제일 마음에 안 든다.

형광등이 다시 한번 짧게 깜빡였다. 죽은 줄 알로 나머지 한 줄만 웅웅거리던 그 형광등이다. 오늘따라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는데, 아마 통로가 그만큼 조용했기 때문일 거다. 나는 접수대장을 덮고, 열쇠고리가 놓인 자리를 한 번 더 봤다. 벌어진 고리 틈, 그 매끈하게 닳은 자리가 형광등 불빛을 받아 살짝 빛났다.

주인이 찾으러 올지는 모른다. 온다면, 나는 세 개의 열쇠를 돌려주면서 넷째 자리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생각이다. 물어봐서 알아낼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고, 그건 애초에 내가 캐물을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빈자리를 기록하는 사람이지, 그 자리를 채운 사람이 누구였는지 추궁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봉투 상자 뚜껑을 닫는다. 실오라기는 그 안에서 계속 조용히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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