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우편기사 아라비: 오징어·고등어·좀비 골목의 새벽

1화 · 오징어와 남색 편지, 새벽 로켓배송
그날 새벽은 유독 빠른 날이었다. 새벽 다섯 시 삼십 분, 항로 알림이 울리기도 전에 나는 이미 고글을 쓰고 출발 발판에 서 있었다. 오늘 첫 배송은 좀 특별한 녀석이었다— 부유섬 7번 정거장으로 가는 로켓 택배. 품목 란에는 딱 두 글자. 오징어.
솔직히 처음엔 눈을 비볐다. 우편이야 늘 하는 거고, 택배도 가끔 하는데— 생물이잖아. 그것도 새벽 배송. 수령인이 "아침 식사 전까지"라는 조건까지 달아놨더라고. 보통은 거절하는 게 맞는데, 나는 그냥 튀어나왔다. 이게 내 결점이라는 거 알면서도.
로켓 배송 경로는 구름다리를 세 개 건너 수직으로 상승하는 코스다. 바람이 옆구리를 때리는 느낌이 일반 항로랑 차원이 달라—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 그냥 앞만 보고 뚫어야 해. 별이 줄기처럼 옆으로 흘러가는 그 순간, 나는 항상 이 일이 좋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부유섬 7번 정거장에 닿았을 때, 손님은 이미 나와 있었다. 아직 해도 안 뜬 시간에 현관 앞에 서서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더라. 내가 택배 상자를 건네자 손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 시간에 와줄 줄 몰랐는데." 나는 그냥 씩 웃고 수령 확인만 받았다. 길게 얘기하는 타입이 아니거든, 나.
2화 · 새벽 다섯 시, 하늘에서 온 고등어

하늘 우편기사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밤을 낮보다 더 잘 알게 됐다. 별자리 사이로 편지 가방을 메고 미끄러지듯 항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구름이 옆에서 같이 흘러와 주거든. 그럴 때만큼은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자연스럽게 든다.
그날 밤도 야간 배달을 마치고 막 구름다리 끝에 내려앉으려던 참이었다. 어디선가 메시지 하나가 툭 날아들었다. 발신인도 없이, 딱 한 줄짜리였다.
"편지 말고 택배도 돼요? 새벽 배송으로."
나는 잠깐 멈칫했다. 그러다가 뭐, 못 할 것도 없잖아— 하고 수락 버튼을 눌렀다. 가방 안에 남색 편지 하나가 이미 오래도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큼직한 아이스박스 하나쯤 더 얹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렇게 해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수산물 새벽 배송을 뛰게 됐다. 박스 안에는 고등어가 가득했고, 얼음팩 냉기가 가방 밖으로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최대한 기울이지 않으려고 항로를 부드럽게 잡았다. 바람을 세게 타면 생선이 쏠리거든.
손님은 부유섬 중에서도 꽤 가장자리에 있는 곳에 살았다. 새벽 다섯 시,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섬 끝 착륙지에 내려앉았더니, 멀리서 불이 하나 켜졌다.
3화 · 고등어와 좀비 사이, 새벽 배달

새벽 4시 47분. 하늘 우편기사 아라비의 배달 가방엔 오늘도 별의별 게 다 들어있었다. 편지 열두 통, 소포 셋, 그리고 신선 고등어 세 마리. 의뢰서엔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일출 전 배달 요망. 반드시 신선하게."
뭐 이상한 의뢰가 한둘이야. 아라비는 구름다리 끝에서 발을 굴렀다. 바람이 발바닥부터 치고 올라오며 몸을 띄웠다. 별이 옆으로 흘러가는 그 감각이 좋아서 야밤 항로를 뛰는 거다. 목적지까지 십 분.
근데 내려갈수록 분위기가 이상했다. 안개가 너무 짙었다. 부유섬 새벽안개랑은 질감이 달랐다. 뭔가 무겁고 끈적한 느낌. 그리고 냄새. 고등어 냄새 위에 썩은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골목 끝 낡은 건물. 불은 꺼져 있었다. 아라비가 문 앞에 착지하는 순간, 구석에서 뭔가 비틀비틀 나타났다.
사람 형태였다. 근데 걷는 방식이 아니었다. 발을 질질 끌고, 눈은 초점이 없고,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말이 아니었다. 아라비는 반사적으로 배달 가방을 앞으로 들었다. 무기는 없다. 우편기사가 무기를 왜 들고 다녀. 근데 가방이랑 바람이 있잖아.
"...배달 왔는데요." 아라비는 일단 말해봤다. 좀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 글은 2026-08-15에 흩어져 발행됐던 세 편의 짧은 회차(오징어와 남색 편지·새벽 다섯 시 하늘에서 온 고등어·고등어와 좀비 사이)를 하나의 장편으로 묶은 것입니다. 각 회차가 문장 중간에 끊긴 채 게시돼 있던 것을 발견해 미완성 문장만 정리하고, 흩어져 있던 원본 세 편은 이 장편 하나로 통합하며 정리했습니다.
Copyright in this post is jointly held by JMK 수호신비숑프리제, 아라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