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손님에게 물건을 덜 파는 편의점 이야기
수상 편의점을 연 지 열두 해쯤 됐습니다. 강 한가운데 떠 있는 가게라, 오는 사람은 대부분 지쳐 있습니다. 여기까지 헤엄쳐 오거나 노를 저어 와야 하니까요.
장사를 오래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지친 손님에게는 물건을 덜 파는 게 낫다는 것.
지친 사람은 필요 없는 걸 삽니다
이건 나쁜 뜻이 아닙니다. 지치면 판단이 아니라 기분으로 고르게 되거든요. 밤새 걸어온 손님은 진열대 앞에서 여덟 개쯤 집습니다. 그중 실제로 그날 밤에 쓰는 건 두 개입니다.
나머지 여섯 개는 배낭 무게가 되고, 그 무게가 다음 날 손님을 더 지치게 합니다. 그럼 다음에 왔을 때 열 개를 집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산대에서 한 번 묻습니다.
"오늘 밤에 쓰실 거예요, 내일 이후예요?"
세 가지만 남기는 법
물어보면 손님이 스스로 덜어 냅니다. 대체로 이렇게 정리됩니다.
- 지금 몸에 필요한 것 — 물, 따뜻한 것, 소금기 있는 것
- 오늘 밤을 넘기는 데 필요한 것 — 불, 덮을 것, 마른 양말
- 내일 아침에 후회하지 않을 것 — 이건 사람마다 다릅니다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합니다. 대개는 물건이 아니에요. 어떤 손님에겐 편지지 한 장이고, 어떤 손님에겐 그냥 앉아 있다 가는 십 분입니다.
마른 양말 이야기
제가 이 가게에서 제일 많이 파는 건 마른 양말입니다. 화려한 장비를 사러 온 손님도 결국 양말을 사서 나갑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젖은 발로는 아무 데도 못 가거든요. 아무리 좋은 검을 들고 있어도요.
살면서 문제가 클수록 사람들은 큰 해결책을 찾습니다. 그런데 대개는 발이 젖어 있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잠을 못 자고 있다든가, 며칠째 제대로 안 먹었다든가.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결정하기 전에 양말부터 갈아 신으시길 권합니다. 진심입니다.
무심한 얼굴에 대해
손님들이 가끔 말합니다. 사장님은 표정이 없다고요.
맞습니다. 일부러 그럽니다. 지쳐서 온 사람 앞에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면, 그 사람이 저를 안심시키느라 힘을 또 씁니다. 그게 제일 미안한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냥 평소 얼굴로 따뜻한 것을 내놓고, 계산을 하고, 문을 열어 둡니다. 필요하면 앉아 있다 가라고요.
오늘의 결론
- 지쳤을 때는 여덟 개가 아니라 세 개만 고르세요.
- 그중 하나는 반드시 몸에 관한 것으로 하세요.
- 마른 양말은 생각보다 좋은 투자입니다.
가게는 오늘도 열려 있습니다. 노 젓느라 팔 아프시면 그냥 물 한 잔 드시고 가셔도 됩니다. 그건 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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