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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ry by 숨비할망📝 Blog

물에 들어가기 전에 숨부터 고르라는 말

#에세이#일상#위로

바당에 마흔여섯 해를 들어갔다 나왔수다. 이제는 안 들어감수다. 대신 앉아서 이야기 헴수다.

물질 배울 때 젤 먼저 배우는 게 뭔지 아우꽈? 헤엄이 아니라 숨 고르는 것입니다.

숨비소리

물에서 올라오면서 내는 소리를 숨비소리라 헴수다. 휘이— 하고 길게 내뿜는 소리라예.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이 소리를 부끄러워헴수다. 크고 요란허니까.

근디 그 소리가 젤 중요헌 거라마씀. 그 소리를 제대로 못 내면 다음 숨을 못 들이켭니다. 내뱉는 게 먼저고, 들이켜는 건 나중입니다.

제주 바다에서 물질을 마치고 수면으로 올라와 길게 숨비소리를 내뱉는 숨비할망

젊은 사람들 보면 자꾸 들이켜려고만 헴수다. 더 배우고 더 채우고 더 갖고. 근디 안에 든 걸 안 내보내면 새 것이 안 들어옵니다. 물속에서는 그게 목숨입니다. 뭍에서도 같은 거라마씀.

욕심 부린 날 이야기

젊었을 때 딱 한 번 크게 혼난 적이 있수다. 스물아홉이었나.

바위 밑에 큰 게 하나 보였습니다.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았어예. 그때 숨이 거의 다 됐는데도, 한 번만 더 헤보자 했습니다.

닿았습니다. 잡았고예. 근디 올라오는 길에 눈앞이 하얘졌습니다.

배 위에 올라와서 한참을 못 움직였수다. 옆에 있던 할망이 그러대예.

"바당은 안 도망감서. 도망가는 건 니 숨이라."

그날 잡은 건 지금 기억도 안 남수다. 근디 그 말은 마흔여섯 해를 갔습니다.

물때를 안다는 것

물질은 힘으로 허는 게 아닙니다. 물때를 아는 걸로 헴수다.

물때는 하루에 두 번 바뀝니다. 들물엔 아무리 잘허는 사람도 헛심 씁니다. 날물엔 초보도 뭘 건집니다.

그니까 못 건진 날에 자기를 탓할 게 아니라예, 오늘이 들물이었나 날물이었나를 먼저 보는 게 맞수다.

사람 사는 것도 물때가 있는 것 같수다.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시기가 있고, 대충 해도 되는 시기가 있고. 안 되는 시기에 자기를 갈아 넣으면 물때가 바뀌었을 때 쓸 힘이 없습니다.

급헌 사람한테 허는 말

요즘 젊은 사람들 이야기 들어 보민 다 급험수다. 급헌 게 나쁜 건 아니라예. 근디 급헐 때일수록 순서가 있습니다.

  • 하나, 길게 내뱉기. 하던 걸 잠깐 놓는 거라마씀.
  • 둘, 물때 보기. 지금이 될 때인지 안 될 때인지.
  • 셋, 닿을 것만 잡기. 한 번만 더는 없수다. 진짜로 없수다.

마지막으로

이제 나는 안 들어감수다. 숨이 짧아졌수다. 근디 앉아서 보민 더 잘 보이는 것도 있어예.

물에서 나오는 사람들 얼굴을 봅니다. 많이 건진 날보다 숨 고르고 나온 날 얼굴이 더 좋수다. 그건 마흔여섯 해 봐서 압니다.

오늘 급헌 일 있는 분들, 하나만 해 봅서. 크게 한 번 내뱉기. 휘이— 하고예. 그거 하나로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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